《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가 출간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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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220

“한 연구에서 가정의와 내과 전문의 230명에게 가상의 환자 두 명에 대한 짧은 글을 보여주었다. 47세 남성과 56세 여성은 심장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같고, 위험 요인도 동일하며, 전형적인 심장마비 증상을 보였다. 글의 중반에 환자가 최근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있었고 불안에 시달린다는 메모가 있었다. 스트레스에 대한 메모가 달리지 않은 글을 읽었을 때, 의사들의 권고안은 여성과 남성에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메모가 포함되자, 갑자기 거대한 젠더 격차가 발생했다. 여성에게는 의사의 15%만이, 남성에게는 의사의 56%가 심장질환을 진단했다. 또 의사의 30%만 여성 환자를 심장 전문의에게 보낸 데 반해, 남성 환자의 경우에는 의사의 62%가 심장 전문의에게 보냈다. 마지막으로 의사의 13%만이 여성 환자에게 심장병 약을 처방했고, 남성 환자에게는 47%가 심장병 약을 처방했다.”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증상 앞에서 ‘스트레스’라는 요인은 왜 여성에게만 영향을 미칠까? 심장마비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증세가 왔을 때, 여성의 증상을 심인성으로 진단해 초기에 치료받지 못하고 장애를 입거나 죽음에 이른 여성은 얼마나 될까?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는 뿌리 깊은 성 편견과 무지로 여성을 무시하고 오진하고 병들게 한 의학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탐색하는 책이다. 저자인 마야 뒤센베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뤄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지만 자신이 아프고 나서야 의료계의 성(젠더) 편견이 질병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왜곡하고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적 ․ 사회학적 연구, 의사와 연구자의 인터뷰, 미국 여성들의 개인사를 통합해서 의학계의 성차별이 오늘날 여성들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낱낱이 보여준다. 또 의료계가 여성의 질병과 몸에 상대적으로 얼마나 무지하며, 여성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너무 자주 신뢰하지 않아서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환자뿐 아니라 보건의료계 종사자 모두에게 생생하게 증언한다.

수 세기 동안 서구의학은 설명하기 힘든 수많은 여성의 병적 증상을 히스테리라는 포괄적인 진단명에 쓸어 넣었다. 아리송한 여성의 질병을 설명하는 일을 수 세기 동안 계속 미루다가, 19세기 말에는 히스테리를 심리적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혈액검사와 신기술로 측정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의사는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질병은 모두 ‘마음’ 탓으로 돌린 것이다. 히스테리부터 신체화, 전환 장애,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까지 용어는 바뀌었지만 용어가 나타내는 생각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여성이 특히 이런 심인성 질환에 잘 걸린다는 생각도 바뀌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여성의 증상은 ‘모두 머릿속에서 생긴’ 증상이라는 고정관념이 의학 지식으로 굳어졌다. 여성이 진료실에 들어설 때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놀라울 정도로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명확한 병명으로 진단될 때까지 여성의 질병은 심인성으로 여겨졌다.

이렇듯 이 책은 의학계에 젠더 편견이 어떻게 스며들어 오늘에 이르렀는지, 은밀하고 깊게 뿌리박힌 편견의 근본적인 원인과 이러한 편견이 일으키는 비극적인 결과를 명징하게 설명함으로써 여성을 위한 보건의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기를 요구한다.

원서 제목인 ‘Doing harm’은 ‘Do no harm(환자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라)’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명제에서 따온 것으로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선입견으로 인식하는 것, 자신이 아는 지식 안에서 설명되지 않으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의사의 오만이 환자에게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를 자각하게 한다.

우리 몸은 항상 아플 수 있고, 의사는 언제나 실수할 수 있으며, 과학이 곧장 사람의 몸에 얽힌 신비를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젠더 편견’이 실수의 요인이 되어서도, 미지의 지식으로 남겨져서도 안 될 것이다. 인간의 질병을 이해하고 치유하려는 의학적 탐구가 계속 진행되어 여성의 고통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저자는 의료체계 전체와 관련된 거대한 문제야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도 있다고. 그러니 여성이 아프다고 말하면 제발 믿어달라고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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